1. 단일화 논의와 이준석의 결단
2025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 내 ‘단일화’ 논의는 늘 주요 이슈였다. 여러 보수 후보가 경쟁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끝내 단일화에 합류하지 않았다.
특히 “단일화를 하면 더 높은 득표율을 기대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많았지만, 이준석 후보는 정치적 셈법과 선거 비용 부담을 이유로 자체 노선을 고수했다.
본문에서는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를 하지 않은 이유를 심층 분석하고, 여기에 얽힌 선거 비용 문제를 덧붙여 살펴본다.
2. 보수 단일화 필요성 vs. 개혁신당의 정체성
대선 지역 여론조사 결과, 보수 진영 후보들은 이재명·김문수·이준석 등 세 명으로 압축되었다. 전통적으로 보수 단일화는 다자 구도에서 표 분산을 막고 한 명의 후보가 선두권을 추격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실제로 과거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사례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득표율을 보였으며, 선거 막판 판세를 뒤집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준석 후보는 “처음부터 단일화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 배경엔 ‘개혁신당 정체성 강화’와 ‘보수 이미지를 넘어 정치 지형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준석 후보는 ‘보수 교체론’을 전면에 내세워 2030 청년층을 결집했고, 자신만의 정책 비전을 유지하려 했다.
3. 선거 전략 vs. 정치적 자율성
단일화가 성사되면 기존 정당 간 협상을 통해 후보가 결정되지만, 이준석 후보는 상대적으로 신생정당 대표 신분이었기에 자유로운 정책 제안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특정 보수 후보와 합류하게 되면 정책 노선 조정이나 인적 배치 문제에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준석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 가치와 미래 지도자로서 입지를 고민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기득권 보수 이미지’와 동화될 경우, 그간 호응을 얻었던 ‘새로운 보수’ 이미지가 약화될 위험이 있었다.
4. 여론 조사와 지지율 영향
단일화 여부는 곧 여론조사 지표에도 반영됐다. 대선 막바지 출구조사 결과, 이준석 후보는 20대 남성층에서 약 37%의 지지를 얻으며 1위를 달성했다. 그러나 전체 득표율 8.34%로 10% 문턱을 넘지 못했다.
만일 단일화가 성사되었다면, 이 지지율이 분산되지 않고 보수 표심이 결집되어 득표율 10%대 진입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럼에도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보수 우파 내부의 갈등이 재연될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결국 ‘2030 지지층’ 유지와 ‘정책 자율성 확보’를 우선시한 셈이다.
5. 선거 비용과 환급 규정
대선 후보가 선거 비용을 환급받으려면 ‘득표율 10%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 중앙선관위 규정에 따르면 10% 이상 득표자는 선거 비용의 절반을 지원받고, 15% 이상이면 전액 환급받는다.
이준석 후보는 예비 경선 비용과 선거운동 비용을 합쳐 약 50억~60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종 득표율이 8.34%에 머물면서, 단 한 푼도 환급받지 못하는 재정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만약 단일화로 보수 표심이 결집해 10% 문턱을 넘었다면, 비용 절반(약 25억~30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이준석 후보는 ‘정치적 자율성 상실’과 ‘개혁신당의 정체성 훼손’을 더 큰 위험으로 판단해 단일화 대신 전면전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선거 비용 리스크를 안고도 독자 노선을 고집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6. 조직력 부족과 후버지 가용 자원
단일화가 성사되려면 각 당 간 협상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신당은 조직력이 아직 취약했고, 당내·외 협상 테이블에서 보수 주요 정당들과 대등한 협상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는 ‘단일화 제안이 들어오지 않거나, 들어오더라도 불리한 조건’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일부 보수 진영 핵심 인사는 “개혁신당과 합류 시 선거 캠프 운영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반면, 이준석 후보는 ‘예비경선 지지층’을 기반으로 선거 자금을 모금하며 조직을 운영했지만, 보수 대형 정당과 동등한 재정·인력 자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런 여건 속에서 단일화는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은 선택지였다.
7. 단일화 대신 꿰뚫은 메시지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를 포기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첫째, 정책·이미지 자율성 확보를 위해 신생정당 정체성을 유지해야 했고, 둘째, 조직력 약화로 보수 진영 협상 테이블에서 불리한 조건이 예상되었으며, 셋째, 선거 비용 환급 문턱을 넘지 못할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독자 노선을 고집했다.
결국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를 통해 단기적 득표율 상승을 노출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새로운 보수’ 이미지를 분명히 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했다. 다만 그로 인해 선거비 전액 환급 자격을 상실하면서 재정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앞으로 개혁신당과 이준석 후보가 어떤 방향으로 정치 행보를 이어갈지는 미지수이지만, 단일화 대신 자신만의 색깔을 강조한 선택 자체가 적잖은 정치적 메시지를 남겼다는 점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