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염식과 뇌종양의 상관관계
짠 음식을 즐겨 먹는 습관이 뇌종양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규명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 연구팀은 고염식이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그 결과 생성된 대사물질 프로피오네이트(Propionate)가 뇌종양의 악성도를 높인다는 분자 수준의 기전을 세계 학계 최초로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실험의학 저널』(The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2. 고염식에 따른 장내 미생물 불균형
연구팀은 고염식을 섭취하면 장내 특정 미생물인 Bacteroides vulgatus가 증가하고, 이 균이 짠 환경에서 대사산물 프로피오네이트를 과도하게 생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프로피오네이트는 통상 장내에서 건강에 이로운 짧은사슬지방산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오히려 뇌종양 세포를 악화시키는 촉매로 작용했다.
- 장내 미생물 변화:
- 고염식 그룹에서 세균 군집 분석 결과, Bacteroides vulgatus가 유의하게 증가
- 일반식(저염식) 그룹과 비교했을 때 프로피오네이트 농도 최대 2배 이상 축적
- 프로피오네이트 축적:
- 마우스 대변 내 프로피오네이트 농도 측정
- 짠 식단에 노출된 실험군에서 프로피오네이트 함량이 급격히 높아짐
3. 프로피오네이트가 뇌종양 세포에 미치는 영향
실험용 뇌종양(교모세포종) 마우스를 대상으로 4주간 고염식과 일반식을 비교한 결과, 고염식 그룹의 생존율은 현저히 낮아지고, 종양 부피는 크게 증가했다.
- 종양 악화 기전:
- HIF-1α(저산소인자-1알파) 상승: 프로피오네이트는 뇌종양 세포 내 HIF-1α 발현을 유도해, 세포가 산소 부족 상황임을 과도하게 인식하게끔 만든다.
- TGF-β1(변형성장인자 베타1) 증가: HIF-1α가 활성화되면서 종양 세포 주변의 TGF-β1 분비를 촉진, 염증 및 세포 침습성을 강화했다.
- COL1A1(제1형 콜라겐) 발현: 뇌종양 세포 주위의 기질 변화가 심해져 암세포 침습성이 더욱 강화되어 악성도가 높아졌다.
이처럼 프로피오네이트는 저산소 상태에 대한 세포 반응을 과도하게 작동시켜, 뇌종양의 급속 성장을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4. 연구 의의 및 향후 활용 방안
이번 연구는 짠 음식 섭취가 단순히 고혈압·심혈관 질환뿐 아니라 뇌종양 같은 중증 암 질환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분자 수준에서 최초 규명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연구팀은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식이 조절 연구와 장내 미생물 기반 치료 전략 개발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식이 요법 적용
- 뇌종양 환자 및 고위험군은 저염식으로 전환해 장내 프로피오네이트 축적을 억제
- 의료진과 영양사의 협업을 통해 개인 맞춤 식단 개발
- 프로피오네이트 조절제 개발
- 프로피오네이트 생합성 경로를 차단하거나, Bacteroides vulgatus 증식을 억제하는 미생물 치료제 탐색
- 전임상 단계에서 마우스 모델을 대상으로 프로피오네이트 저감제를 테스트 예정
- 장내 미생물 분석 키트 상용화
- 환자의 대변 샘플을 검사해 프로피오네이트 농도를 실시간 모니터링
- 식단 개선 효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분석 도구로 활용
5. 최종요약
짠 음식(고염식)이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유도해 생성된 프로피오네이트가 뇌종양(교모세포종)을 악화시키는 기전을 KAIST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 장내 세균 변화 → 프로피오네이트 축적 → 뇌종양 세포 HIF-1α·TGF-β1 상승 → 암세포 침습성 강화 → 뇌종양 악화
이 연구는 단순한 암 치료제 개발을 넘어, 식이·미생물 조절이 뇌종양 환자의 생존률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 뇌종양 치료에서 ‘식이 요법’과 ‘프로피오네이트 저감 전략’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