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은 6월 1일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채 부담 경감을 목표로 한 채무조정·탕감 공약’을 발표했다. 이번 공약집에는 총 6가지 정책이 명시되어 있으며, 코로나19 대출을 비롯해 폐업 자영업자의 대출 원금 일부 유예, 배드뱅크 설립 등 파격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 코로나19 대출 채무조정·탕감 특단 대책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정부가 지정한 매출 타격 기준을 충족하면, 기존 대출 원금의 최대 80% 감면을 받는다. 현재 금융지원이 이뤄진 소상공인 이차보전 지원사업과 신용보증기금 대출을 모두 포함하며, 이자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한다. 이재명 후보는 “기업은행과 신보 대출 등을 통해 이미 지원받은 자영업자의 이자를 추가로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2. 소상공인 이차보전 지원 확대
기존 소상공인 이차보전 지원사업 대상과 지원 한도를 늘려, 이자 부담을 더 낮춘다. 정부가 보증료와 이자를 일부 대납하는 구조를 개선해, 대상자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예산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더 많은 소상공인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다.
3. 새출발기금 지원 자격 완화 및 대상 확대
현행 새출발기금은 파산이나 폐업 후에도 재창업을 돕는 금융지원 제도다. 이재명 공약에 따르면, 새출발기금의 지원 자격을 완화해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영업 손실’만으로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지원 대상자 범위를 자영업자 전반으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폐업 후 재기(再起)를 희망하는 자영업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4. 자영업자 폐업 시 대출금 일부 상환 유예
공약집에는 “폐업 자영업자의 채무 원금을 일정 기간 유예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폐업 신고를 완료한 뒤 일정 기간 동안 대출 원금 상환을 유예하고, 필요 시 ‘분할상환’ 조건으로 전환하여 상환 부담을 줄인다. 이를 통해 사업 실패로 채무가 과중해진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이다.

5. 장기소액연체채권 소각용 배드뱅크 설치
정책 집행의 핵심으로 꼽히는 배드뱅크(Bad Bank)는 금융회사가 보유한 부실 채권을 전문적으로 인수·정리하는 기구다. 이 후보는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민간 금융사의 부실 채권을 매입하고, 배드뱅크를 통해 장기·소액 연체 채권을 소각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가 떠안고 있는 빚 잔액을 사실상 정부가 대신 정리해 준다.
6. 청산형 채무조정 적용 확대
‘청산형 채무조정’은 남은 빚을 전액 탕감하고 파산 절차를 간소화해 주는 제도다. 이재명 후보는 현재 시행 중인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을 넘어, 청산형 채무조정 대상을 더 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회생 가능성이 낮은 사업자는 채무 부담 없이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정책 의도와 우려: ‘모럴 해저드’ 논쟁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부채 고통에 시달리는 영세 민생을 구한다는 점에서 환영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 차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채무탕감은 개인의 채무 상환 의지를 약화시키고, 나아가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배드뱅크 설립 비용과 상각 재원은 결국 국가 예산으로 충당해야 하므로, 장기적으로 세금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모든 자영업자의 빚을 면제해 주면, 다시 채무를 진 사람에게 한 번의 기회만 제공되는 것이지 연속적인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우려를 차단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실제로 세계 주요 선진국 중에는 정부가 개인 채무를 완전히 탕감해 주는 사례가 거의 없다.

실현 가능성과 후속 과제
이재명 후보의 ’대신 빚 갚아주기’ 공약은 재정적 지원을 통해 서민의 채무 부담을 낮추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진 정책이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빚을 내 생계를 유지했던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는 즉각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예산 확보 방안, 모럴 해저드 방지, 배드뱅크 운영 투명성 등 실질적인 이행 과제가 산적하다.
향후 민주당 내부 토론과 예산 심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공약이 현실화된다면, 정부는 채무조정 대상 선별 기준을 명확히 하고, “파산을 악용한 악의적 불법 대출 유입”을 막기 위한 사후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 공약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정당 간 협의와 재정 당국의 검증, 그리고 무엇보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