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대선 쟁점으로 떠오르며 금융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를 공약에 포함시키면서, 은행권은 이를 활용한 해외송금 혁신과 디지털 결제 활성화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상반기 중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정비할 계획이다.
1. 은행권, ‘프로젝트 팍스’로 해외송금 실험 마무리
지난해 말 신한·NH농협·케이뱅크가 참여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 실험인 '프로젝트 팍스(Project PAX)'가 마무리됐다. 해당 프로젝트에서는 기존 외화송금 시 발생하던 중개·전신환·송금 수수료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지 검증했다.
은행 간 송금 절차를 ‘디지털 원화 송금’ 한 단계로 단축해, 고객과 은행 모두 송금 속도 향상과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창구 송금 건당 약 8,000원, 비대면 시 약 5,000원이 부과되던 외화 송금 전신료를 줄일 수 있어, 단기 해외 송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2.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 아닌 원화 기반 화폐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금·원화 등 법정화폐를 기초 자산으로 삼아 가치를 고정한 가상자산이다. 변동성이 큰 일반 암호화폐와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값 움직임을 유지하며, 기존 화폐처럼 실생활 결제나 송금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국내외 금융기관과 빌링(Billing) 서비스, 해외송금 플랫폼에서 활용 중이다. 이에 원화 발행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은행들은 디지털 화폐 제도권 편입을 대비해 연구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 분야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은행 등 주요 은행 5곳이 참여 중이며, 오픈블록체인·DID협회와 함께 자체 코인 발행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3. 송금 혁신 효과와 은행 리스크 관리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면 은행권은 송금 업무 부담을 줄이고, 고객에게 저렴한 국제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은행 간 정산, 중개은행 거쳐야 하는 절차와 수수료가 복잡했지만, 디지털 원화 송금 한 번으로 처리되면 SWIFT(스위프트) 네트워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이를 통해 무역금융 시장의 환율 리스크를 일부 완화하고, 법인 고객·금융 우량 고객과 거래할 때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외화 송금의 경우 은행이 부담하는 비용과 고객 수수료가 적잖기 때문에, 실제 이익 효과는 서비스가 상용화된 뒤 확인해야 한다”는 은행업계 관계자의 신중론도 나온다.

4. 법제도 정비가 관건, 단기간 상용화 어렵다는 전망
가장 큰 걸림돌은 법적 장치 미비다. 현재 국회에는 토큰증권(STO) 관련 법안 3건이 계류 중이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이나 ‘2단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통과되어야 상용화의 길이 열린다.
이재명 후보 측은 “민주당 선대위 산하 디지털자산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김문수 후보도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를 대선 공약에 포함했다. 그러나 발행·소각 요건, 감독 권한 배분,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역할 조정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특히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화폐”라며 “지급결제 시스템은 한은 고유 권한으로, 은행을 중심으로 운영하되 효율성을 살펴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와 한은 간 조율, 은행 간 이해관계 조정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5. 향후 전망 및 과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해외송금 비용 절감, 디지털 결제 혁신, 환율 리스크 관리 등 금융 생태계 전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잠재력을 지녔다. 하지만 법제도 정비 속도와 은행권의 기술 준비 상황, 소비자 신뢰 확보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법제도 보완: 발행·소각 기준, 감독 주체(금융위·한은) 역할 분담, 소액결제·자금세탁방지(AML)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
- 은행 컨소시엄 협력: 공동 협의체를 통해 기술 표준과 네트워크 연계 방안을 마련하고, 시범 서비스를 단계별로 확대 검증해야 한다.
- 소비자 보호·투명성: 스마트 계약 기반의 결제 절차를 공개하고, 디지털 지갑 관리 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해야 이용자 이탈을 막을 수 있다.
결국 대선 후보들의 공약 속에서 시작된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제도권 편입의 첫걸음이다. 금융 당국과 은행권이 협력해 법적 준비를 마치고, 시범 서비스를 통해 효과를 증명하면 국내 금융 생태계 전반에 디지털 혁신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급속한 상용화보다는 단계적 도입과 리스크 관리가 병행될 때, 안전한 금융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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