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은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안보를 유지해 왔습니다. 1970년대 미군의 철수로 남베트남이 무기력하게 공산화되자, 박정희 정부는 ‘자주국방 완성’을 위해 핵무기 개발을 비밀리에 검토했습니다. 미국의 핵우산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1971년 KAERI 농축 연구단 결성에서 1975년 공식 포기 선언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정치적·기술적 요인이 얽혀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관련 문서·증언·국제정치 배경을 종합해, 박정희 정부 핵 개발 추진 과정의 구체적인 전말을 전문가 시선으로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핵개발 배경과 전략적 동기
- 안보 위기 의식 고조
- 1968년 김신조 청와대 습격 사건,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등 북한의 게릴라·특수전 도발이 빈발
- 1969년 소련·중국 국경 위기(훙산 대치)로 한반도 정세가 전초전 양상으로 번지자, “한국도 핵으로 응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여론 확산
- 경제개발과 국방 현대화 병행
- 제2·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7–76)에 따라 산업화와 함께 국방력 강화에 박정희 정부의 역량 집중
- 군 현대화의 ‘최종 수단’으로서 핵무장 구상이 전략 과제로 떠오름
2. 비밀 연구 조직과 기술 확보 노력
2.1 KAERI 농축우라늄 연구단(1971~1974)
- 1971년 비공식 팀 결성: 한국원자력연구소(KAERI) 내 원자력기술연구부 소속 일부 연구원들이 소규모 연구단 조직
- 원심분리기 설계·실험: 저압 원심분리기 모형을 자체 제작·실험, U-235 농축을 위한 기초 공정 연구 진행
- 핵물리·폭발설계 학술 연구: 한양대·서울대 핵공학과 교수진이 핵분열 폭발 모델링·충격파 전파 이론을 논문 형태로 비밀 보관
2.2 해외 기술·장비·자료 은밀 확보
- 일본·유럽 경유 반입 시도: 원심분리기 부품(티타늄 인벌터, 고정밀 밸런서)과 중성자 검출기기를 해외 에이전트를 통해 구매
- 미국 정보감시망 차단: CIA·무역위반단속국이 관련 선적을 적발해 강제 회수한 문서 기록(미 국무부 외교전문 1973년 전환)
3. 미국의 대응과 ‘핵개발 포기’ 압박
3.1 닉슨 행정부의 무기·기술 지원 중단 경고
- 1974년 11월, 미 국무부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비가입 국가에 대한 군사차관·무기 수출 전면 중단”을 공식 통보
- F-5 전투기 도입협상 교착: 당시 한국 공군이 요청한 F-5 차관 공급이 지연되자, 정부 내 핵개발 중단론이 급부상
3.2 박정희 정부의 공식 포기 선언(1975년 3월)
- “한·미동맹 유지를 위해, 대한민국은 핵개발을 전면 중단한다”는 국민 담화 발표
- KAERI 농축 장비 대부분 미국 측 관리 하 회수·반출, 연구단 해체 조치
4. 은폐 및 전환 전략
- 문서의 이중 관리
- 핵개발 관련 연구보고서는 ‘원자력 활용 기술 연구’ 명목으로 분류, 일반 연구 문서와 분리 보관
- 참여 연구원 명단은 기관 기밀서고에 별도 보관, 교차검증 자료 삭제
- 민수용 연구 전환
- KAERI는 핵농축 실험실을 의학용 동위원소 생산 시설로 개조
- ‘원자력 발전소 안전성 연구’로 연구 방향 전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시에도 민수용 프로그램으로만 보고
5. 핵구상 파장의 후일담
- 정책 전환과 확장억제 강화
- 이후 대한민국 정부들은 핵무기 대신 ‘맞춤형 확장억제’ 체계 구축을 위해 한·미 전략대화에 집중
- 비확산 이미지 제고
- 한국은 NPT 가입(1975년) 이후 IAEA 모범이행국 지위를 활용해, 국제 비확산 협력에 적극 참여
- 학계·언론의 회고
- 1990년대 이후 일부 학자·언론이 “한국도 핵보유 논의를 했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냉전기 안보 딜레마를 재조명
박정희 정부의 비밀 핵개발 구상은 국가 생존 의지와 강대국 동맹 논리가 충돌한 격변의 산물입니다.
- 동맹 압박의 실효성: 미국의 강력한 제재·차관 중단 조치는 소규모 국가의 핵개발을 제어하는 데 결정적 역할
- 비확산 체제의 중요성: NPT 가입과 IAEA 사찰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 신뢰를 얻는 기틀이 됨
- 미래 억제 전략: 핵무장 대신 재래식 전력 현대화, 다자 안보 협력, 비군사적 억제수단(Cyber·Space) 개발이 필요
냉전의 잔재인 이 비밀 프로젝트의 전모를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 북핵 위협과 동아시아 안보 환경을 진단하는 데 귀중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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